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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회고

by lazysnack 2024. 12. 30.

회고를 쓸 시기가 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이 1년을 단 몇 시간의 글로 정리하는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다. 단 몇시간, 몇 문단으로 정리하기에 1년은 참 길다.

그래도 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을 통해서 되돌아보지 않으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 하면서 이번 해에도 1년을 돌아보면서 정리를 해본다.
올해를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내면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기 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회고를 쓰기 위해 월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그런 것들을 쭉 정리를 해봤다. 크게 2개의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 외에는 자잘자잘한 스터디 등이 있었다.
그런데, 이 2개의 프로젝트가 나에게 참 많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었고 인내심을 엄청 기르게 해준 프로젝트였다.

1. 타사와의 협력 프로젝트

시간순으로 정리했을 때, 1차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는 새로운 챗봇 모델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였다.
기존에 있었던 챗봇 모델은 소위 말하는 if-else 의 향연이라는 느낌이라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챗봇을 도입하게 되었고, 그렇게 챗봇 회사와 컨택하게 되었다.

 

여기서 잠깐 시스템적인 구조를 설명하자면, 우리가 서비스하는 앱은 타사의 데이터를 가공해서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앱이다.

즉, A 회사의 데이터를 B 회사가 가공해서 서비스 하는 형태이다.

이 상황에서 A사가 B사의 기존 챗봇이 아닌 C회사의 챗봇을 이용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 예를 들어 사용자가 '요금을 알려줘' 라고 챗봇에게 말했을 때

플로우가 어떻게 진행되냐면, 사용자 -> B사 -> C사 -> A사 or B사 -> C사 -> B사 -> 사용자 이런 플로우가 된다.

 

채팅하나 하는데 뭐가 이리 복잡해 싶기도 하지만, 여러 회사가 엮여 있으니 이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뭐 이건 크게 문제가 없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크게 2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1. A사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
  2. C사는 연락이 힘든 외국인 개발자

당시 A사는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차세대라는 악명에 맞게 엉망인 부분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정상적으로 나오는 데이터가 없었고, 이 상황에서 우리는 챗봇 QA를 진행해야 하는데, A사의 차세대 QA 를 해주는 꼴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happy path 조차도 테스트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차세대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프리랜서들한테 수정해달라고 요청을 해도 감감 무소식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에게는 ERP 가 우선이지, 이게 우선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악몽은 2차 프로젝트할 때까지 이어진다...) 그런 연유로 본의 아니게 일정이 밀리는 상황이 발생했고, 당초 일정보다 대략 3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 오픈을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문제점은 저러했고, 다시 돌아가서 C사는 어땟는지보면...


C사는 한국보다는 동남아 쪽이 주 시장인 챗봇 관련 회사였다. 한국인이 있기는 했지만, 개발자 중에 한국인은 없었고 회사 내부에서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했다. (A사가 왜 이런 회사와 계약을 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자끼리 대화를 하려면 영어를 써야 한다. 영어 울렁증이 있긴 하지만, 일은 해야하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개발자 분이랑 화상 회의 딱 1번 했다. 1번. 물론 API 문서 보고, 메신저로 하면 그만이긴 한데... 슬렉은 아이디조차 없고, API 문서는 설명과 예시가 안 맞는다. 거기다가 필드도 카멜케이스, 스네이크케이스 뒤죽박죽이다. 진짜 뭐지 싶었다.

그렇다면 화상으로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는데 C사 담당자를 통해서 연락을 하니 연락이 너무 안됐다. 문의를 하면 거의 3-4일 만에 답장이 오는 수준이었다. 동남아면 시차가 그렇게 차이나지도 않을텐데... 여하튼, 그렇다보니 문의해놓고 까먹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였고 히스토리 관리가 너무 힘들었다.

 

이 두 상황을 겪으면서 상황이 너무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데, 타사 관계자들은 관심 없는양 연락은 안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당시 팀장님하고 상담도 진행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산책도 평소보다 더 많이 했었다.

 

당시 얻은 결론은 흔치 않은 자연재해에 너무 신경쓰지 말자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

후.. 모르겠다. 학습은 해서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순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2. 뚜껑을 열어보니 거진 1년짜리 프로젝트

2024년의 프로젝트는 정말 '이래도 버텨?' 하는 느낌이 드는 프로젝트였다.
첫 번째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두번째 프로젝트 역시 쉬운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고생은 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8년차로써 리딩 경험을 갖고 싶어서 지원을 했고, 나중에는 그 선택을 좀 후회하기도 했다.

 

여하튼 첫 사수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였다. 위에서 말했듯이 우리 회사는 여러 회사의 데이터를 가공해서 우리 앱에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번에 새로운 회사와의 계약을 체결했고 연동작업을 진행하면 됐다.

연동 작업은 보통 길면 6개월 짧으면 4개월 정도 걸린다.
하지만 여기엔 큰 변수가 있었다. 바로 이 회사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동을 한다는 것이다.
(참.. 이래저래 차세대랑 많이 엮인다.) 그래서 1월 말에 킥오프를 진행했음에도 오픈 예정일은 9월이었다.

 

그것도 차세대 동시오픈! 참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뭐 한다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했다.

 

2,3월 쯤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했지만 그 쪽 개발 일정에 맞춰 5월초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통의 시작이었다. WBS 상으로 9월 오픈에 맞게 API를 개발하면 됐다.

근데 그들 입장에서는 차세대가 우선이니까 우리쪽은 저 뒷전이다.

그리고 앞전 A사의 프리랜서들과 같은 사람들이다. (...) 자 이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는 눈에 선하다.

기본적으로 연락은 안 받고, 기껏 만든 API 는 호출해보면 데이터가 없다. (차세대라서 마이그레이션이 안 됐다고 한다.) 또 같은 요금인데, A API 와 B API 에서의 요금이 각각 다르다. (이 부분은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원본데이터는 같을텐데?)

 

그런 상황에서 차세대 오픈이 10월로 연기됐다.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도 10월로 오픈을 하는 듯 했으나, A사의 선례가 있으니 10월 오픈을 지켜보고 오픈을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 좀 반성을 해보자면 10월 넘어간다고 했을 때, WBS 등을 수정하고 히스토리 관리를 더 빡세개 했어야 했다.

여기서부터 문서등의 관리를 거의 안했던 것 같다.

10월 즈음에는 가뜩이나 연락 안되던 프리랜서들이 더 연락이 안됐고, 우리도 빈 시간에 다른 업무를 해야하지만 할 순 없는 그런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런 상황이 한 2개월 정도 지속됐다.

이 때 정말 무기력하고 공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차세대가 어느정도 안정된 11월 중순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여전히 엉망인 데이터들이 많았고, 뭘 해야 이렇게 엉망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리고 출장을 2박 3일로 2번 갔다.

개발자로써 굳이 안가도 되는 출장이지 않나 싶은데, 뭐 가야 해결이 되니까...

 

그리고나서 12월 중순에 오픈을 했는데, 오픈 당일에는 안 좋은 쪽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진 않았는데, 나에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야 하는 프로젝트가 누군가에겐 어찌되든 상관없는 프로젝트인 것처럼 보였다.

직접 목격하지 않았으면 애써 외면했을텐데, 그걸 눈앞에서 봐버리기도 했고.

좀 더 무뎌딘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인하우스 개발을 하는게 맞는걸까? 등등의 생각들을 했다.

 

물론 오픈은 시작이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과연 유지보수 이외의 개선 건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여하튼 참 긴 프로젝트였고, 인내심도 많이 길렀다.

그리고 회고 때도 나온 얘기지만 배운 게 있다면, 연락이 잘 안될땐 내가 좀 귀찮거나 힘들어도 찾아가면 그 하루에 몇 일 혹은 몇 주치 일들을 끝낼 수 있다는 것이랄까?
그래 2개 얻었으면 많이 얻은거지 뭐!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3. 이외에는 무엇을 했을까?

후. 이쯤오니 좀 편안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보험을 들자면 지금의 회사는 스터디가 그렇게 활발한 회사는 아니다.
올해는 5개의 스터디에 참여했고, 그 중 1개의 스터디는 강의식으로 진행을 했다.
강의식 스터디는 처음이었고, 나에게도 도전적인 스터디였는데 기본적으로 눈에 띄거나 남 앞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여서 지금와서 생각해봐서 그 때의 내가 신기하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음.. 여러가지 바꾸고 싶은 게 많았다. 그 중에서 크게 2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하나는 서버 인프라적인 부분에서 도커라이즈 하는 것이고,
하나는 세미나도 하고 공유도 하는 개발팀 문화이다.
지금와서 보면 중간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프라는 도커라이즈를 어느정도 시도하고 있는 단계이고, 계속 하는 스터디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지원사격을 해주신 팀장님에게 감사하다.
내년에는 데이터나 AI 쪽 관련 스터디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디까지나 생각이고 이를 얼마나 실행했는지는 내년 회고때 알 수 있겠지...

 

5월부터 월마다 사내 독서토론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책 1권 정도는 큰 부담이 없기도 하고, 회사 사람들과 친해질 겸 시작한 것인데
평소라면 읽지 않을 분야의 책들을 강제로라도 읽으니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읽은 후의 토론 방식에 대해서는 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긴 하지만, 너무 욕심 내지 말고 1권을 읽는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아니었으면 개발책이나 소설책만 읽었을거다)
그리고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처음에는 5명이었는데 지금은 7명이고 1명이 추가될 수도 있다.
사람이 많아지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참 딜레마다.

 

6월부터 업무 일지를 쓰고 있다.
테크니컬 리더를 읽다가 나온 부분이라 실천하고 있는데,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하기에 딱인것 같다.
당시 테크니컬 리더를 읽으면서 배운 점도 많았지만,

일기를 쓰라는 부분에서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쓰게되었다. (일기를 쓰지 않기 위한 구실이 몇가지나 생각났는가?)
어느 날 팀원이 한 말이 생각나는데, 'oo님은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화도 안내고 잘 해요?' 라고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안 보이게끔 노력하기도 했지만, 일기를 쓴 덕분에 그 날에 대한 정리도 하고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잘 다스린 것 같다.

 

년초에 짬짬히 시간을 내서 프로젝트 버전업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스프링 부트 2.6-2.7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3.2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3.2로 가면서 자카르타로 변경되는 등 여러가지 변경사항이 꽤 있어서 이리저리 바꾸고 나니 꽤나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JPA 를 쓰진 않았어서 하이버네이트 등에서 변경할 부분이 없었달까.
그래도 하위 호환성이 안되는 라이브 프로젝트를 업데이트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좋은 경험이었다.

 

올해는 유독 마라톤 대회를 많이 참가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참여한 마라톤부터 시작해서 친구랑 같이 참여하기도 하고, 회사 사람들과 참여하기도 하고, 러닝 크루 사람들하고 참여하기도 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마라톤에 참가했다.

한 7-8 개 정도 참여한 것 같다. (덕분에 러닝 티셔츠만 엄청 많이 늘었다.)

문제는 참가비가 엄청 비싸졌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대회가 7만원 선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후.. 많이도 썼다.

그래도 올해 메이저 대회는 대부분 참가해보고, 대부분 실망을 했으니 내년에는 적당히 몇몇개만 참가해야겠다.

 

바이올린 레슨
어찌보면 참 길었다.
예전부터 바이올린 한번 배워보자고 생각했는데, 그걸 이제서야 실천했다.
12월 부터 레슨을 시작한지라 지금 시점에서 봐도 진짜 얼마 안됐다.
지금은 뭘 켜도 음계보단 낑 하는 소리밖에 안나고, 자세도 이상해서 턱도 아프고 하지만
배우기로 한 이상 최소 1년은 해볼 생각이다. (실력은 제쳐두고, 꾸준히 하는 건 자신 있으니..)
내년 회고 때, 이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4. 내년에는 무엇을 해볼까?

글쎄. 잘 모르겠다.
팀적으로는 상급자의 경험치를 쌓고 싶기도 한데, 이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업무적으로는 AI 나 데이터 관련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RAG 관련해서 공부하고 있기도 하고, 데이터 리터리티 관련해서도 회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를 확장시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뭐 일적으로도 그렇지만... 개인사 적으로도 주변에 기혼자가 많아지니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할 수 있을까...?

5. 맺으며...

1과 2는 뭔가 너무 주절주절 써놓은 느낌인데, 그만큼 아직도 감정 절제가 안되었다는 것의 결과물일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최근에 알게된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옆에서 봤을 때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시키며,
생각하는 바를 바로 실행으로 옮기시는 그런 분이셨다.
그 분이라면 내가 인내라는 선택지를 선택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가지 않은 선택지에 대해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으며,

내가 택한 선택지가 나중 어떤 방면으로든 양분이 될거라 생각한다.
내년에는 좀 더 성숙한 내가 되길 바라며 2024년 회고를 이만 마칠까 한다.

 

올 한 해도 수고했고,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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