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를 통해서 엿보는 권력의 구조?
유시민 작가가 추천한지는 몰랐던 책이다. 추천으로 선정되서 읽었을 뿐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읽는 순간 정치색이 드러나는 느낌의 책이었다 (... 저는 정치적 중립을 고수합니다..)
또한 읽을 당시에 혹성 탈출이라는 영화도 상영 중이어서 기분이 뭔가 묘했다.
책 차제는 작가가 침팬지 동물원인 아른험 동물원에서 침팬지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을 주관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여기서 주관적이라고 한 이유는 일단 서로의 종이 달라 의사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작가의 주관적 의견이 드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른험 동물원에서 권력을 쟁취하는 수컷은 3마리 이다.
이에룬, 라윗, 니키.
읽다보면 이에룬은 정말 교활하다. 이게 정치 드라마 같은 거였다면, 한 때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 전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뒷배랄까? 그런 느낌이고 라윗은 힘은 세지만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신흥 지도자, 니키는 힘은 세지만 정치 경력이 낮아 이에룬이라는 정치적 뒷배에서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같은 느낌이다.
하도 정치 정치 하니까 이 세마리에 대해 대입해볼만한 인물들이 생각나는데, 여기선 말을 아끼겠다.
침팬지를 보면서 참 사람하고 닮았다 하는 부분도 있는 반면에, 이런 부분은 사람보다 침팬지가 더 낫네 하는 부분도 있었다. (가령, 전리품을 나눠줄 때라던가)
사람하고 닮은 부분들을 읽으면서 사람으로 행동을 대입해보다가 교미같은 성생활적인 부분이라던가 전투를 할 때 땡깡을 부린다던가 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인지부조화 같은 느낌의 오묘함도 들고 그랬다. (애당초 사람이 아닌데 사람의 행동으로 대입하며 읽었던 내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에필로그는 작가가 쓸까말까 고민을 했던 챕터이다. 개인적으로는 완전 반전 그 자체라서 차라리 안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자연의 섭리이기에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결말을 보고 싶진 않았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구절들
- 게슈탈트(전체) 란 단순한 부분들의 합 이상이며 지각을 학습한다는 것은 구성 부분들이 규칙적으로 전개되는 여러 가지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침팬지들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여러 패턴에 익숙해지면 그것들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명확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지엽적인 문제에 구애받거나 상황의 기본적인 논리를 놓치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된다.
- 가장 유력한 생각은 화해가 가치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마다 친밀한 관계와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개체들에게서 화해에 이르는 모습이 쉽게 관찰되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 그러나 침팬지는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것인지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즉석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금세 궁리해낼 수 있는 것 같다.
- 어째서 두 라이벌은 한 번에 끝장을 보는 싸움으로 갈등을 결판내지 않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육체적인 힘은 어디까지나 우열관계를 결정짓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할 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님이 분명하다.
- 우리는 싸움의 결과가 사회적 관계를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회 관계가 싸움의 결과를 결정했다.
- 귀족의 원조를 받아 군주권을 얻는 것은 평민들의 지원을 받아 군주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귀족들은 스스로를 군주와 동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군주는 원하는 대로 그들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 유인원의 계층 서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한층 더 복잡해지는 것은 이미 말했던 '공식적 서열' 과 '실제적 서열' 외에 제 3의 서열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10분 정도 지나자 다른 침팬지들은 큰 놈 작은 놈 할 것 없이 그의 전리품을 분배받았다.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침팬지 집단을 그저 검은 야수의 무리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도 인간이다보니 당연하게도 인간 중심적 사고를 한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중 동물원 같은 곳을 갔을 때,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을까 하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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