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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가짜 노동

by lazysnack 2024. 7. 21.

가짜 노동

독서 모임으로 선정되어 읽은 책.

솔직히 이 책은 회사 독서 모임이 아닌 다른 독서 모임에서 다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과 읽고 싶었다.

그럴 때 더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주당 15시간 정도면 충분한데 왜 책상에 앉아 있는가? 대략 이런 얘기를 하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인하우스 개발이 아니고 다른 회사와 같이 개발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연락 속도 등으로 인해 인하우스 개발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 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좀 지저분한 부분을 리펙토링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업무를 짬짬히 하던가 아니면 업무와는 관계없는 자기 개발, 딴 짓하기 등. 여기서 딴짓하기 등은 책에서 말하는 가짜 노동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이걸 한다고 내가 어떻게 회사 사람들한테 말할 수가 있겠는가 ㅋㅋ.... 또한 회사에서 가짜 노동을 많이 한다고 한들 그건 나만이 그럴 수도 있다. 남들은 바쁠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이런 상황은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이런 부분 때문에 회사에서 읽는 것이 못내 좀 아쉬웠다.

뭐 그런 상황과는 관계없이 책 자체는 읽을만 했다. 또한 의견을 교류한다는 점도 좋았다. 다른 부서에서도 가짜 노동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고 각 위치의 고충(?)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충분한 값은 했다고 본다.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가짜 노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긍을 하나, 과연 이걸 읽는 프롤레타리아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볼 문제다. 그러다보니 괴리감이 생기는 부분도 읽어서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출퇴근을 찍는 회사에서 내가 오늘 할 일 다 끝났다고 3시간만에 퇴근해버리면 과장된 말로 짤리기 밖에 더 하겠는가? 그런 부분에서 어느정도 유토피아적인 책이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책 자체는 꽤나 계몽적이기도 해서 마음에 들었고, 윗급에서 봐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상대의 입장은 모른다고, 내가 사장이나 그런 정책 권한자가 된다했을 때에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동의한다고해서 실행할 수 있을지는 더 미지수고...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구절들

 

  •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것을 거의 전적으로 일궈냈다. 예술을 기르고 과학을 발견했다. 책을 쓰고 철학을 발명하고 인간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피지배계급의 해방조차 윗계급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한 계급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야만에서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역설적이게도 이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점점 더 많은 일거리를 가져왔다. 노동자는 이를 처리해나가며 많은 생산물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문서가 생겨났고 더 많은 타자수와 통신물을 나를 더 많은 운송업자
  • 예전엔 아주 약간의 교육이나 훈련만으로도 충분했던 일자리들이 갑자기 대학에서 전공해야 하는 학문이 되어, 학사나 석사 학위가 필요해졌다.
  • 사람들은 체면을 차리느라 실제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는 척을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씁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꼭 필요한 이유를 꾸며대지만 주변을 속이다 보면 깊은 공허감을 느끼게 되죠.
  • 가짜 노동은 더 다양한 상황을 포함한다. 명령받은 업무, 급여 받기로 한 업무, 조직에서 요구하는 업무,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은 아닌 업무 등이 여기 해당한다. 가짜 노동을 하면 우리는 실질적인 일을 한다고 느끼지 못하면서도 계속 바빠진다. 혹은 우리가 아는 일 중에 무의미하지 않은가 의심되는 업무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가짜노동이다.
  • 가속화에는 역설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를 해방시켜주리라 기대했던 기술은 결국 더 많은 일을 만들어냈다.
  • 부조리한 시스템에 갇힌 인간이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할 때가 많다. 혹은 상식이 별 소용 없는 환경에 맞춰 현명하게 행동하려는 것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 신뢰는 복장성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다. 동료들에게 할 일을 주고, 그 일을 마칠 때까지 그들을 믿자. 그리고 동료들 역시 나를 믿어줄 거라고 기대하자.
  • 가짜 노동 그만두기를 시작하는 대신 다른 일거리를 찾지는 말자. 그것도 가짜 노동만큼이나 나쁘다.
  • 즉 20~30년 동안 교육기관, 병원 등 규모 있는 공공 사업체에서 행정가와 학자들이 점차 전문가를 대체해온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짧은 대기 명단, 높은 등급이나 팔린 좌석 수 같은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들의 기준은 해당 기관의 품질과 별 상관이 없다.
  • 보상은 새로운 것을 찬양하고 낡은 것을 비판하는 자에게 간다. 하지만 상사는 과거의 왕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불필요한 프로젝트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고 비판적 질문을 하는 부하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적다보니 꽤나 인상깊은 구절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읽기가 힘들어서 그랬지 내용 자체는 괜찮았다. 물론 분량을 생각해보면 작가도 가짜 노동으로 분량이 길어진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남의 일이니까 폄하할 순 없지.

행정가와 학자들이 점차 전문가를 대체해온 것이다 라며 예를 든 부분에서는 요즘 영화관이 생각났다. 영화관도 보면 항상 관객수를 지표로 삼고 있지 않은가? 뭐 물론 이런 경우엔 영화의 품질이 영화관의 품질과는 별개일 수 있으므로 결이 다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다고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경계했을 때, 나중에 나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완전히 쥐고 있는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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